9월의 시 모음 - 가을 감성을 담은 시와 해설
가을이 깊어가는 9월은 단순히 계절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선선한 바람과 함께 찾아오는 이 계절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내면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9월을 주제로 한 시들은 유독 감성적이며, 삶에 대한 사색과 사랑, 이별, 기다림, 희망, 그리고 성숙을 담아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계절에 어울리는 9월의 시 모음을 모아 소개하고, 각 시의 의미와 감정을 함께 해석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이 각 9월의 시 모음을 통해 9월의 아름다움과 감정을 더욱 풍부하게 느끼시기를 바랍니다.
이채 시인의 9월
9월에 꿈꾸는 사랑
날개는 지쳐도
하늘을 보면 다시 날고 싶습니다
생각을 품으면 깨달음을 얻고
마음을 다지면 용기가 생기지요단 한 번 주어지는 인생이라는 길
시작이 반이라고는 하지만
끝까지 걷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세상에 심어놓은 한 송이, 한 송이의 꿈
어느 들녘에서, 지금쯤
어떤 빛깔로 익어 가고 있을까요
가슴은 온통 하늘빛으로 고운데낮아지는 만큼 깊어지는 9월
한층 겸허한 모습으로
내 아름다운 삶이여! 훗날
알알이 탐스런 기쁨의 열매로 오십시오
9월의 노래
나도 한때 꽃으로 피어
예쁜 잎 자랑하며
그대 앞에 폼 잡고 서 있었지꽃이 졌다고 울지 않는다
햇살은 여전히 곱고
초가을 여린 꽃씨는 아직이지만꽃은 봄에게 주고
잎은 여름에게 주고
낙엽은 외로움에게 주겠네그대여!
빨간 열매는 그대에게 주리니
내 빈 가지는 말라도 좋겠네
중년의 가슴에 9월이 오면
사랑하는 사람이여!
강산에 달이 뜨니
달빛에 어리는 사람이여!
계절은 가고 또 오건만
가고 또 오지 않는 무심한 사람이여!내 당신 사랑하기에
이른 봄 꽃은 피고
내 당신 그리워하기에
초가을 단풍은 물드는가낮과 밤이 뒤바뀐다 해도
동과 서가 뒤집힌다 해도
그 시절 그 사랑 다시 올리 만무하니
한 잎의 사연마다 붉어지는 눈시울차면 기우는 것이 어디 달 뿐이랴
당신과 나의 사랑이 그러하고
당신과 나의 삶이 그러하니
흘러간 세월이 그저 그립기만 하여라
시다마 & 감상평
이채 시인의 9월 시편들은 인생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섬세한 감성으로 가득합니다. **‘9월에 꿈꾸는 사랑’**은 인생이라는 긴 여정 속에서 겸허함을 잃지 않고 희망을 품는 자세를 이야기하며, **‘9월의 노래’**는 존재의 소멸과 그로 인한 헌신의 미학을 노래합니다. 특히 **‘중년의 가슴에 9월이 오면’**에서는 지나간 사랑과 시간에 대한 회한이 짙게 배어있습니다. 시적 화자는 9월의 정취 속에 자신의 삶과 사랑을 투영하며 독자의 공감을 자아냅니다.
시인 프로필
이채 시인은 현대 감성시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따뜻하고 공감 가는 어휘 선택과 함께 삶의 철학을 잔잔하게 풀어내는 작법으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안도현 시인의 9월
9월이 오면
그대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9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시다마 & 감상평
안도현 시인의 시는 시인의 철학과 인간관이 오롯이 묻어납니다. **‘9월이 오면’**은 강물을 통해 사랑과 인생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등 떠밀며 가는 강물의 물결은 인생의 시간과도 같고, 우리 삶이 얼마나 타인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상기시킵니다. 사랑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모두에게 흘러야 한다는 시인의 메시지는 가을이라는 계절의 성숙함과 맞물려 큰 울림을 줍니다.
시인 프로필
안도현 시인은 섬세한 감정 묘사와 따뜻한 시선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연탄 한 장’ 등 대중적인 시를 통해 따뜻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표적인 참여 시인입니다.
이해인 수녀 시인의 9월
9월의 기도
저 찬란한 태양
마음의 문으로 열어
온몸으로 빛을 느끼게 하소서우울한 마음
어두운 마음
모두 지워버리고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9월의 길을 나서게 하소서
가을 편지 1
하늘 향한 그리움에
눈이 맑아지고
사람 향한 그리움에
마음이 깊어지는 계절삶을 사랑하고
사람을 용서하며
산길을 걷다 보면툭, 하고 떨어지는
조그만 도토리 하나내 안에 조심스레 익어가는
참회의 기도를 닮았네
시다마 & 감상평
이해인 수녀의 시는 항상 내면의 평화와 참회, 사랑을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9월의 기도’**는 가을이라는 계절이 지닌 맑은 에너지로 어두운 감정을 씻어내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호소입니다. **‘가을 편지’**는 자연 속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깨달음을 통해 자아를 성찰하는 묵상시로, 그녀만의 영적 시세계를 잘 보여줍니다.
시인 프로필
이해인 수녀는 수녀이자 시인으로, 오랜 세월 동안 사랑과 치유, 묵상을 주제로 시와 산문을 써왔습니다. 맑고 고운 언어로 인간 본연의 선함을 강조합니다.
오세영 시인의 9월
9월
코스모스는
왜들 길에서만 피는 것일까
아스팔트가
인간으로 가는 길이라면
들길은 하늘로 가는 길,코스모스는 왜
꽃이 지는 계절에 피는 것일까사랑이 기다림에 앞서듯
기다림은 성숙에 앞서는 것
코스모스 피어나듯 9월은
그렇게
하늘이 열리는 달이다
시다마 & 감상평
오세영 시인의 ‘9월’은 철학적인 물음과 자연 이미지가 결합된 시입니다. 코스모스의 피는 시기와 위치를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영적인 성숙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9월이라는 시기는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존재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하는 상징적 계절로 묘사됩니다.
시인 프로필
오세영 시인은 고전적 언어와 현대적 사유를 절묘하게 연결하는 시인으로, 철학적이며 상징적인 시어가 특징입니다.
조병화, 나태주, 문병란 시인의 시
조병화 - 9월의 시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의 여름만큼 무거워지는 법이다
스스로 지나온 그 여름만큼
그만큼 인간은 무거워지는 법이다
또한 그만큼 가벼워지는 법이다
그리하여 그 가벼운 만큼 가벼이
가볍게 가을로 떠나는 법이다
기억을 주는 사람아
기억을 주는 사람아
여름으로 긴 생명을
이어주는 사람아
바람결처럼 물결처럼
여름을 감도는 사람아
세상사 떠나는 거
비치파라솔은 접히고 가을이 온다
나태주 - 가을 서한
1
끝내 빈 손 들고 돌아온 가을아,
종이기러기 한 마리 안 날아오는 비인 가을아,
내 마음까지 모두 주어버리고 난 지금
나는 또 그대에게 무엇을 주어야 할까 몰라.
2
새로 국화잎새 따다 수놓아
새로 창호지문 바르고 나면
방안 구석구석까지 밀려들어오는 저승의 햇살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만의 겨울양식.
3
다시는 더 생각하지 않겠다,
다짐하고 내려오는 등성이에서
돌아보니 타닥타닥 영그는 가을꽃씨 몇 옴큼,
바람 속에 흩어지는 산 너머 기적소리,
4
가을은 가고
남은 건
바바리코우트 자락에 날리는 바람
때묻은 와이셔츠 깃
가을은 가고
남은 건
그대 만나러 가는 골목길에서의
내 휘파람 소리
첫눈 내리는 날에
켜질
그대 창문의 등불 빛
한 초롱.
문병란 - 9월의 시
9월이 오면
해변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된다
나무들은 모두
무성한 여름을 벗고
제자리에 돌아와
호올로 선다
누군가 먼길 떠나는 준비를 하는
저녁, 가로수들은 일렬로 서서
기도를 마친 여인처럼
고개를 떨군다
울타리에 매달려
전별을 고하던 나팔꽃도
때묻은 손수건을 흔들고
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은
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
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
먼 항구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되고
준비되지 않은 마음
눈물에 젖는다
시다마 & 감상평
이 시편들은 가을의 쓸쓸함과 회한, 그리고 지나간 계절에 대한 아련한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조병화는 인생의 무게를 여름으로, 가을을 떠남과 비움의 시간으로 묘사하고, 나태주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가을빛에 빗대어 시적인 편지로 남깁니다. 문병란은 무성했던 여름의 끝과 9월의 이별 분위기를 짙게 담아내며, 우리 마음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송정숙 - 9월의 노래
9월 햇살에
곡식이 영글고
알밤 떨어지는 소리
가을 입김이
바람 사이로 불어오면
풀벌레 울어 되고
코스모스
좋아했던 너의 미소
여기저기 넘쳐나니
황갈색 들판
한 아이가 한 살 더 먹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멋있다.
시다마 & 감상평
이 시는 매우 간결하지만, 농익은 자연의 결실과 인생의 성장을 함께 담아내는 아름다운 시입니다. 아이가 자라는 것, 곡식이 여무는 것 모두가 9월이라는 시간 안에서 따뜻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결론
9월은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닌, 성찰과 사랑, 기다림과 이별, 그리고 새로운 희망의 계절입니다. 시인들은 이 아름답고도 깊은 계절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며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이 시들을 통해 여러분의 9월이 더욱 따뜻하고 깊은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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