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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시모음, 매화 앞에서 / 이해인, 홍매화 / 도종환, 매화송(梅花頌) / 조지훈, 매화 사랑 / 김남조,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 김용택, 매화꽃 / 천상병

by 하누혀누2 2024. 2. 8.

목차

    매화 시모음, 매화 앞에서 / 이해인, 홍매화 / 도종환, 매화송(梅花頌) / 조지훈, 매화 사랑 / 김남조,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 김용택, 매화꽃 / 천상병

    매화꽃은 그 아름다움과 향기로 많은 시인들에게 영감을 준 대상입니다. 오늘은 한국 시인들이 매화를 주제로 쓴 시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매화 시모음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감정이 어우러져, 시적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조지훈의 《매화송》

    매화송(梅花頌) / 조지훈

    매화꽃 다 진 밤에
    호젓이 달이 밝다

    구부러진 가지 하나
    영창에 비치나니

    아리따운 사람을
    멀리 보내고

    빈 방에 내 홀로
    눈을 감아라

    비단옷 감기듯이
    사늘한 바람결에

    떠도는 맑은 향기
    암암한 옛 양자라

    아리따운 사람이
    다시 오는 듯

    보내고 그리는 정은
    싫지 않다 하여라

    조지훈 시인은 매화꽃이 지고 난 밤, 호젓한 달빛 아래에서 매화의 아름다움을 그리워하며,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는 감정을 시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시인은 매화꽃과 함께, 사랑과 이별의 정서를 아름답게 노래합니다.

    김남조의 《매화 사랑》

    매화 사랑 / 김남조

    새봄의 전령
    매화가 피었습니다.
    매화는 첫새벽 샘물 위에
    이슬 설픗 얹히듯이
    고요히 피어납니다

    매화는
    꽃이면서 정신입니다
    눈 그치면 꽃 피자 꽃 피자고
    스스로 기운 돋우는
    용맹한 분발입니다
    가장 오래 머무는 꽃도
    마음속 날마다의 매화입니다.

    김남조 시인은 매화가 새봄의 전령으로, 이슬에 얹힌 듯 고요하게 피어나는 모습을 통해 매화가 꽃이면서 정신임을 강조합니다. 매화의 용맹한 분발을 통해, 인간 내면의 강인함과 봄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을 상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이해인의 《매화 앞에서》

    매화 앞에서 / 이해인

    보이지 않기에 더욱 깊은 땅속 어둠
    뿌리에서 줄기와 가지 꽃잎에 이르기까지
    먼 길을 걸어온 어여쁜 봄이
    마침내 여기 앉아 있네
    뼛속 깊이 춥다고 신음하며
    죽어가는 이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하던
    희디흰 봄 햇살도 꽃잎 속에 접혀 있네
    해마다 첫사랑의 애틋함으로
    제일 먼저 매화 끝에 피어나는 나의 봄
    눈 속에 묻어두었던 이별의 슬픔도
    문득 새가 되어 날아오네
    꽃나무 앞에 서면
    갈 곳 없는 바람도 따스하여라
    살아갈수록 겨울은 길고
    봄이 짧더라도 열심히 살 거란다
    그래, 알고 있어 편하게만 살 순 없지
    매화도 그렇게 말했단다
    눈이 맑은 소꿉동무에게
    오늘은 향기 나는 편지를 쓸까
    매화는 기어이
    보드라운 꽃술처럼 숨겨두려던
    눈물 한 방울 내 가슴에 떨어뜨리네.

    이해인 수녀는 매화 앞에서 봄의 깊은 의미를 성찰합니다. 매화꽃을 통해 인생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하는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매화 앞에서, 삶의 깊은 진리를 느끼게 합니다.

    김용택의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 김용택

    매화꽃 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푸른 강물 하얀 모래밭
    날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
    섬진강가에 서럽게 서보셨는지요
    해 저문 섬진상가에 서서
    지는 꽃 피는 꽃을 다 보셨는지요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
    강물에 져서 강물이 서러운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사랑도 그렇게 와서
    그렇게 지는지
    출렁이는 섬진강가에서 서서 당신도
    매화꽃 꽃잎처럼 물 깊이
    울어는 보았는지요
    푸른 댓잎에 베인
    당신의 사랑을 가져가는
    흐르는 섬진강 물에
    서럽게 울어는 보았는지요

    김용택 시인은 섬진강을 배경으로 매화꽃의 아름다움을 노래합니다. 하얀 매화꽃이 푸른 강물에 날리는 모습을 통해, 자연의 순환과 사랑의 감정이 어우러지는 순간을 포착합니다. 시인은 매화꽃을 통해 인생과 사랑의 덧없음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도종환의 《홍매화》

    홍매화 / 도종환

    눈 내리고 쌓여 소백산 자락 덮어도
    매화 한 송이 그 속에서 핀다

    나뭇가지 얼고 또 얼어
    외로움으로 반질반질해져도
    꽃봉오리 솟는다

    어이하랴 덮어버릴 수 없는
    꽃 같은 그대 그리움

    그대 만날 수 있는 날 아득히 멀고
    폭설은 퍼붓는데

    숨길 수 없는 숨길 수 없는
    가슴속 홍매화 한 송이

    도종환 시인은 홍매화의 아름다움을 통해 인간 내면의 그리움과 사랑을 표현합니다. 홍매화가 겨울 속에서도 꽃을 피우듯, 인간의 내면에도 변치 않는 사랑과 그리움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박노해의 《매화꽃이 필 때면》

    매화꽃이 필 때면 / 박노해

    청매화가 필 때면
    마음이 설레어서
    아침길에도 가보고
    달빛에도 홀로 사 서성입니다

    청매화 핀 야산 언덕에
    홀로 앉아 술잔을 들고
    멀리 밤기차가 지나가는 걸 바라보면
    아, 그리운 사람들은 왜 멀리 있는지
    꽃샘바람에 청매화 향기는
    나를 못살게 못살게 흔들고
    그대가 그리워서 얼굴을 묻고
    하르르 떨어지는 꽃잎처럼
    그냥 이대로 죽고만 싶습니다

    박노해 시인은 매화꽃이 필 때마다 마음이 설레는 순간들을 묘사합니다. 매화꽃과 함께하는 순간들을 통해,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는 깊은 감정을 표현하며, 매화꽃의 아름다움이 주는 위안을 찾습니다.

    정호승의 《매화》

    매화 / 정호승

    퇴계 선생 임종하신 방 한구석에
    매화분 하나 놓여 있다
    매화분에 물 주거라
    퇴계 선생 돌아가실 때 남기신 마지막 말씀
    소중히 받들기 위해
    매화분에 매화는 피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는데
    나는 통장의 돈 찾아라
    한마디 남기고 죽을까봐 두려워라
    오늘도 낙동강 건너 지구에는
    한창 매화꽃이 피고 있다
    새들은 꽃나무 아래 쭈그리고 앉은 나를 보고
    죽더라도 겨울 흰 눈 속에 핀
    매화 향기에 가서 죽으라고 자꾸 속삭이는데
    도산서원 매화나무 가지에 앉은 새들은
    어디에 가서 죽는가

    정호승 시인은 매화분에 물을 주는 행위를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의 마지막 소망에 대해 성찰합니다. 매화꽃을 통해 인간 존재의 깊은 의미를 탐구하며, 삶의 소중함을 되새깁니다.

    신경림의 《매화를 찾아서》

    매화를 찾아서 / 신경림

    구름떼처럼 모인 사람들만 보고 돌아온다
    광양 매화밭으로 매화를 보러 갔다가
    매화는 덜 피어 보지 못하고
    그래도 섬진상 거슬러 올라오는 밤차는 좋아
    산허리와 들판에 묻은 달빛에 취해 조는데
    차 안을 가득 메우는 짙은 매화향기 있어
    둘러보니 차 안에는 반쯤 잠든 사람들뿐
    살면서 사람들이 만드는 소음과 악취가
    꿈과 달빛에 섞여 때로 만개한 매화보다도
    더 짙은 향내가 되기도 하는 건지
    내년 봄에 다시 한번 매화 찾아 나섰다가
    매화는 그만두고 밤차나 타고 올라올까

    신경림 시인은 매화를 찾아 떠난 여정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삶의 여정 속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과 향기를 노래합니다. 매화꽃보다 더 짙은 인간 내면의 향기를 찾아가는 과정을 아름답게 표현했습니다.

    천상병의 《매화꽃》

    매화꽃 / 천상병

    뜰에 매화꽃이 탐스럽게 피었다
    옛날의 시인들이
    매화꽃 시를 많이 읊었으니
    나도 한 편 끌까 합니다

    하얀 꽃송이가 하도 매력이 있어
    보기만 하여서는 안 되겠기에
    매화꽃과 친구가 되고 싶구나!

    지금은 92년 4월 30일인데
    봄을 매화꽃 혼자서
    만끽하고 있는가 싶구나!

    한들한들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이
    천사와도 같구나!
    오래 꽃피어서 나를 달래다오

    천상병 시인은 매화꽃의 탐스러운 아름다움 앞에서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을 담아, 매화꽃과 함께하는 순간의 기쁨과 감동을 표현합니다. 시인은 매화꽃을 통해 삶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찬미합니다.

    이러한 시들은 매화꽃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삶의 의미를 탐색합니다. 매화꽃은 시인들에게 영감을 주는 끊임없는 원천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삶의 다양한 감정과 경험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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